8: 백사전: 중국의 하얀 뱀 전설
먼 옛날, 한들한들 나뭇잎이 춤추던 어느 날 거대한 뱀 요정이 산에서 내려와 아름다운 여자로 변했습니다. 이 여자의 이름은 백소정으로 천 년 동안 사람이 되기 위해서 수행을 한 뱀이었습니다.
천 년 전 백소정이 작은 흰 뱀일 때 큰 상처를 입었다가 지나가던 아이의 도움으로 살아난 적이 있었습니다. 백소정은 그 은인을 다시 만나기 위해 사람이 되려고 했던 것입니다.
백소정은 청색 뱀 요정인 소청과 함께 은인을 찾아 사람이 많은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아름다운 도시 항저우의 호숫가에서 꿈에도 그리던 은인의 얼굴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그 남자의 이름은 허선이었고 직업은 약사였습니다.
허선은 친절하고 아름다운 백소정을 좋아하게 되었고, 백소정은 마침내 은인을 만나게 되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곧 결혼을 하고 함께 약국을 차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허선이 아무리 좋은 약을 지어도 사람들이 낫지를 않았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백소정은 남편을 돕기 위해서 원인을 찾아다녔습니다.
알고 보니 금산사라는 절의 도사가 아픈 사람들을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해서 우물에 독을 풀었던 것이었습니다. 백소정은 도사를 혼내주기 위해 요술을 사용했고 도사는 백소정이 뱀 요정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도망을 갔습니다.
원한을 품은 도사는 허선을 찾아와서 부인인 백소정이 사실은 사람이 아니라 뱀 요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허선이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자, 도사는 노란 빛이 도는 웅황주라는 술을 선물로 주면서 부인과 마셔보라고 했습니다.
음력 5월 5일 단오절이 되자 항저우의 사람들은 웅황주를 나눠 마셨습니다. 그런데 단오절에 마시는 웅황주에는 인간이 아닌 것을 원래 모습으로 돌리는 효력이 있었지요. 백소정은 웅황주를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남편의 청을 못 이겨 술을 마시고 말았습니다.
웅황주를 마신 백소정은 원래의 모습인 흰 뱀으로 변했습니다. 남편 허선은 이를 보고 너무 놀라 기절해 버렸습니다. 당황한 백소정은 요술을 써서 남편의 기억을 지웠지만, 이 소동 중에 금산사에 있는 법해 스님이 백소정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잃은 허선과 백소정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잘 지냈습니다. 둘 사이에는 아들도 하나 태어났지요. 그러나 법해 스님은 뱀 요정이 사람과 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허선을 찾아와 단오절의 기억을 되돌려주면서, 인간이 아닌 백소정과 소청을 쫓아내라고 말했습니다.
허선이 백소정을 감싸 주려고 했지만 법해 스님은 막무가내였습니다. 화가 난 백소정은 큰 요술을 부려 금산사를 물에 잠기게 했습니다. 그 바람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법해 스님은 하늘의 법을 어긴 백소정을 탑에 가뒀습니다. 항저우에 있는 유명한 뇌봉탑이 바로 백소정이 갇혔던 곳입니다.
부인을 잃은 허선은 너무 마음이 아픈 나머지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어 산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허선과 백소정의 아들인 허사림은 친척들 손에 자랐지요. 백소정은 뇌봉탑 안에 갇혀서 지난 천 년의 세월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렇게 20년이 흘렀습니다.
허사림이 스무 살이 되자 친척들은 어머니와 아버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허사림은 한달음에 뇌봉탑으로 달려와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탑 안에서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백소정은 허사림이 장원 급제를 하면 온 가족이 다시 모일 수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허사림은 부모님을 보고 싶은 마음에 낮이고 밤이고 열심히 공부해서 마침내 장원 급제를 했습니다. 벼슬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온 허사림은 금산사로 가는 길에 한 걸음 한 걸음 간절히 절을 올렸습니다.
하늘은 허사림의 마음에 감동해 백소정을 풀어 주었습니다. 산속에서 수행하던 허선도 이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세 사람은 마침내 다시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